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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도민일보-'잊으라'는 위로도 독이 될 수 있습니다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1년이 된다. 하지만 여전히 그 참사가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이 있다. 살아남은 사람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 그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1년 전 그날 그 바다 위에서 비극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누군가에겐 찬란한 하루하루가 이들에겐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느끼게 하는 악몽이다.

큰 충격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어떤 이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모두 잊어라"고 위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잊으라'는 말을 하지 마라"고 조언했다. 이유가 뭘까.

창원 동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손진욱 부원장의 도움말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일상에서도 겪을 수 있어 =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일상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정신적 외상)을 겪은 후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다. 보통 전쟁, 천재지변, 화재 등과 같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말하지만, 일상에서도 이러한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손 부원장이 만난 환자 중 20대 초반 남성 ㄱ 씨는 아르바이트하던 곳에서 도사견에게 물린 후 겁이 나 밖에 나가지 못하고 악몽을 꾸게 됐다. 특히 아르바이트 업체 사장이던 개 주인이 ㄱ 씨에게 적절한 보상이나 사과를 하지 않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고 놀라는 등 일상 생활이 힘들어 병원을 찾았다. 60대 후반의 여성 ㄴ 씨는 땅 문제로 이웃과 심한 다툼을 벌였다. 이웃 남성은 ㄴ 씨를 폭행하진 않았지만, 심한 욕과 위압적인 행동을 했다. 이후 ㄴ 씨는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악몽을 꾸며 자꾸 놀라는 증상이 생겼다. ㄱ 씨와 ㄴ 씨는 모두 병원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받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충격 직후 시작되기도 하고, 30년이나 지난 후 나타나기도 한다.

◇되풀이되는 사고 순간의 고통 = 주된 증상은 충격 상황을 생활 속에서 재경험 한다. 즉 사건에 대한 기억이 계속 떠올라 고통스럽고 꿈에 사건이 나타나기도 한다. 외상적 사건이 다시 일어나는 것처럼 행동하거나, 사건이 회상되면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는 유사 상황의 지속적 회피와 정서적 마비 증상을 보인다. 외상과 관련된 생각이나 느낌, 대화를 피하려고 하고, 외상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장소나 사람을 피하려고 한다.

세 번째는 지나친 각성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항상 위험에 처한 것처럼 느껴 잘 놀라고 늘 긴장돼 있으며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러한 과도 각성은 불면·악몽·분노 폭발·참을성 저하 등을 일으킨다. 이외에도 흔히 우울·불안·공항발작·환각·피해망상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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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병원 손진욱 부원장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상담과 약물 등으로 치료한다.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는 단기간의 정신치료와 약물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치료에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고통을 말로 표현하도록 해주고 지지와 격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면 약물치료,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집단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섣부른 위로는 금물 = 힘든 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주위에선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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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병원 손진욱 부원장
손 부원장은 "공감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별것 아닌데 왜 그래?" 등의 표현은 하지 않아야 한다. 왜, 그리고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당사자 입장에서 이해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하지만 섣부른 위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이제 그만 잊어버려라"는 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 부원장은 "잊히지 않는 것을 잊으라고 하면 상대방이 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얘기만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주위 사람들과 관계가 끊어지고 고립된다"며 "당시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좋은 치료 방법이다. 억누르지 말고 피하지 말고 같이 이야기하면 당시 두려움을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즉 잘 들어주는 것이 좋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가급적 빨리 현장에서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구조 현장에서 정신과 의사들이 지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정부나 의료계 등에서 대응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같은 '사고 공화국'에서는.

[인쇄하기] 2015-04-17 1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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